제목만 들어도 가슴 한편이 아릿해지는 책을
만났어요. <바위에 새긴 이름 삼봉이>는
그냥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아픈 역사가
스며 있는 독도를 배경으로 한 감동적인 동화입니다.
아이들 책이지만 어른인 제가 읽어도 마음이
먹먹해지더라고요.
독도,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그 섬의
이야기, 그리고 그 땅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삼봉이라는 한 소년을 통해
펼쳐진답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조선 숙종
때의 동해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수토사와 함께 떠난 바다길
삼봉이는 아버지가 갑자기 바다에서 돌아가신 뒤
슬픔에 잠겨있는 소년이에요. 대대로 배를
탔던 집안의 외아들인데, 아버지가 없는
사이 최초의 수토사였던 장한상 관리가
울릉도로 가는 뱃길을 안내할 사람을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할아버지의 단호한 결정과 엄마의 동행으로 삼봉이는
수토사 일행에 합류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보잘것없는 어린아이 같지만, 바닷길에 대한 경험과
감각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똘똘한 아이였어요.
어린 삼봉이가 관리를 돕는 모습이 참
기특하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소년의 모험담을 넘어 숙종
대에 200년 동안 70여 회나
파견되었다는 수토사 제도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 조상들이 독도와 울릉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라야, 달리야! 🌊 강치와의 만남
울릉도와 독도에서 삼봉이는 강치들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어린 강치 아라와 달리와 친구가 되어 물속에서
신나게 헤엄치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사람과 동물이 아무런 경계 없이 벗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 이게 바로 우리가 지켜야 했던
자연의 모습이었겠죠.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당시 일본 어민들이 독도에 와서 강치의 가죽과
기름을 노리고 무자비하게 사냥했다는 비극적인 역사가
소년의 눈을 통해 드러나거든요. 돈 때문에 생명을
살육하고, 심지어 조선 어민들과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삼봉이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한 까닭도 바로 이
비극적인 충돌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던
거죠. 🥺
바위에 새긴 이름의 의미
여행을 끝마칠 무렵, 삼봉이는 자신의 이름에 담긴
뜻을 깨닫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삼봉이라는
이름이 바로 울릉도의 세 봉우리처럼 이 땅의 역사와
함께하라는 뜻이었다는 것을요.
독도와 울릉도가 단순한 섬이 아니라, 삼봉이 가족의
터전이자 조선 어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고향이었다는
사실을 소년은 비로소 깨닫게 된답니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참
인상 깊어요.
이 책은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 우리가 왜 그 땅을
기억하고 지켜야 하는지를 아주 쉽고 감성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요. 역사를 억지로 주입하지 않고, 한
소년의 모험과 깨달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 정말 좋았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귀한 경험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